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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활 개인전 [광화문점] 2010 .04 .13 - 2010 .0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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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활 개인전  2010. 4.13 ~ 20

담백하고 소슬한 서정의 실경산수

  작가 이태활의 작업은 실경을 바탕으로 한 침착하고 진지한 산수 작업이다. 다리품을 팔아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이를 통해 얻어진 감동을 화폭에 담아 조형화하는 실경 작업은 전통적인 관념 산수를 대신하여 현대 산수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굳이 자연을 찾아 몸소 체험하고 이를 조형화함은 바로 대자연의 생생한 감동과 감흥을 직접 체험하고 포착하여 산수의 근본정신에 육박하는 보다 생동하는 화면을 얻고자 함일 것이다. 작가의 작업 역시 이러한 실경 산수의 기본적인 덕목에 충실한 전형적인 모양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주로 대구를 중심으로 한 영남 일원을 활동의 근간으로 삼는 작가의 작업 역시 이 일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이 여실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높은 산과 깊은 골이 어우러지는 영남 특유의 거친 산세보다는 서정적인 평온한 풍광들이 작가의 작업에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높은 산을 배경으로 낮게 깔리며 좌우로 펼쳐지는 구릉 지대의 소슬한 풍경이나 한적한 농촌 풍경들은 특별히 웅장한 기세나 빼어난 자태를 묘사한 것이 아니다. 다분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주변의 풍광들 속에서 작가의 작업은 비롯되고 영글며 화면을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작업에는 거칠고 강한 준법의 구사나 파격적인 구도의 운용이 나타나기 보다는 안정적이고 평온한 시각에 의한 서정적인 실경이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수묵을 위주로 하고 담채를 더하는 방식은 작가의 작업에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 작업 방식이다. 그중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수묵의 운용은 여타 산수의 그것과는 구분이 되는 독특한 것이다. 담묵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설정하고 점차 농묵을 더하여 깊이와 무게를 갖추어 나아가는 작업방식은 점진적이며 구축적인 것이다. 순간적인 재치나 기교적인 능숙함을 드러내기 보다는 설정된 단계와 절차에 따라 조심스럽게 먹색을 구분해 나아가는 이러한 방식은 강한 대비를 통한 역동적인 화면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의 전체적인 안정과 조화를 중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조바심의 서두름 없이 붓끝으로 하나하나를 다듬어내는 필촉의 축적은 점에서 면으로, 그리고 다시 형상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는 마치 점묘법을 연상시키는 작법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화면에는 개성강한 필치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필촉(筆觸)들의 집적을 통한 묵면(墨面)들의 조화가 우선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화면에 나타나는 풍관들은 비록 서정적인 전원풍의 내용들이지만 하나같이 소슬하고 한적한 것이 특징이다. 인적이 끊어진 너른 들판과 오가는 이 없는 강가의 풍경들은 그것이 봄의 풍경이든 혹은 가을의 정취를 묘사한 것이든 모두 희뿌연 안개 속에서 자리하는 탈색된 풍경 같은 느낌이다. 이는 아마 작가의 작화방식에서 비롯된 소이라 여겨진다. 현장답사를 통하여 작업의 대상을 물색하고 이를 사생한 다음 필묵을 이용하여 조형으로 수용해 냄이 작가의 작화 방식일 것이다. 이러한 경우 현장 사생의 인상과 기억은 작업 전반에 작용하는 근간이 되게 마련이다. 현장에서의 대상에 대한 관찰과 인상의 포착은 함축적이고 개괄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 이를 정연한 순서와 과정에 의해 화면에 수용함으로써 수묵의 축적에 의해 특유의 습윤하고 안개 낀 듯 한 공간이 형성되고 군더더기 없는 정리된 화면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다분히 점진적이면서 조심스러운 것이다. 전반적으로 평온한 구도와 정연한 작업 방식은 욕심 없이 소박하고 담백한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실경 세계를 무리 없이 수용해 내고 있다 여겨진다. 흐트러짐 없는 일련의 과정은 분명 화면에 정적인 질서와 특유의 조화를 제공해 주고 있지만 여기에 보다 과감하고 강한 대비의 요소들을 도입한다면 그 결과는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나 여겨진다. 수묵의 집적에 의한 면의 구사는 준(皴)이라는 산수 본연의 요소를 저해할 수 있으며, 수묵의 반복적인 집적은 깊이를 담보하는 대신 화면의 생동감을 방해 할 수 있음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작업이 작가의 삶을 반영하는 투영체라 한다면 작업을 통해 본 작가 이태활의 소박하고 담백한 서정 세계는 분명 애착이 가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솔직한 반응과 진지한 접근자세는 작업을 구축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들이며 작가가 지니고 있는 빼어난 장점이라 할 것이다.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안정적인 화면의 경영과 무리 없는 전개는 이미 작가의 작업이 일정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대상에 대한 보다 과감한 취사선택과 효과적인 조형적 처리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닐 것이다. 작가의 분발과 작업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김상철 (미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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