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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자 개인전 [광화문점] 2010 .05 .06 - 2010 .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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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신비감, 그리고 발산의 충동

작가의 꽃 연작은 물기에 의해 번져가는 전통적 발묵의 효과를 감각적인 브러쉬 스트록과 색상으로 대입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단조로워 보이는 꽃 소재가 의외로 다양한 미감적 효과를 갖는 것도 바로 이에 기인한다. 작가는 분명히 형태적으로 꽃의 식물학적 종(種) 정도는 감 잡게 해줄 재현에 가까운 이미지를 설정하고 있지만, 작가의 필치는 의외로 분방해 보인다. 오히려 우연적으로 얻어낸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변화무쌍한 필치와 번지기 효과 등이 대상의 생명력을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그리다 만 듯한 어눌함을 연출하는 여유까지 엿보인다. 무위자연, 무기교의 기교라는 우리다움의 미학을 어느 정도 저변에 설정하고 있으면서도, 작가 내면의 해방감을 만끽하고자 하는 동기가 또한 깊이 내재해 있음을 단언해도 지나침은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작가의 타고난 감각과 순발력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자연은 유전하고 생성되는 것이며, 또한 소멸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 시간의 과정을 하나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은 완성보다는 미완이 더 적합할 지도 모른다. 바로 이러한 토대 위에 곁들여진 작가의 색채감각은 바로 특유의 필치나 효과와 맞물려 강렬하고도 매혹적인 화면을 완성하게 된다. 그렇다고 대상 고유의 색을 그렇게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인상의 색과 창조적으로 생성된 색들이 어울려 작가만의 화려하고도 신비감 넘치는 생생한 색조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근작들로 오면서 작가는 자연의 범주를 더욱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 초충도나 화조화를 재해석하고 있는 것 같은 나비, 공작새 등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소재들 역시 일면적으로 전통 회화에 대한 재해석으로서의 동기도 개재되어 있겠지만, 역시 작가가 자신감 있게 소화해낼 수 있는 색채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점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종래의 실내풍경을 더 볼 수 없었던 것이 많이 아쉬웠다. 물론 작가의 꽃 시리즈나 그 나름의 조형논리와 완성도를 평가한다. 사실 꽃 소재를 선택할 때 작가 나름대로 조심스러웠을 부분에 대해서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세상에 흔하고 흔한 것이 꽃 그림이니 말이다. 그런데도 작가가 과감하게 변화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 내면의 필연적 요구가 있었을 것이며, 아울러 자신만의 독보적인 표현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로 생각된다. 이제 다시 작가는 또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고 있는 점들로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 무언가 새로운 탐구를 위해 열정적인 몰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그렇다.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자기 스스로 내면의 요구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자잘한 타협보다는 자기에게 충실한 그림이 가장 옳은 선택일 것이다.

이재언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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