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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휴 개인전 : ¿Después...Que? [신사점] 2010 .09 .01 - 2010 .0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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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휴 개인전 : ¿Después...Que?

2010.09.01 ~ 09.16


 * 소멸되어 가는 것들의 우울함 속에서도 견고히 싹트는 희망 *


이진휴의 연작을 보노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회화를 과연 공간예술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그의 작품도 회화인 다음에야 공간예술일 수밖에 없지만, 감상자들은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그림의 세부들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예컨데 무채색에 가까운 작품의 바탕은 칠한 지 오래돼 때가 꾀죄죄하게 오른 회벽 같은 느낌을 준다. 맨 처음 흰 담벼락이 있었고, 그 위에 글씨나 그림이 그려지고, 번지고 지워지고 때가 묻고, 다시 흰색이 칠해지고..., 이런 과정이 오랜 시간 반복된 것처럼 보인다. 이미 형상은 알아볼 수 없고, 벽 위에 무엇인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은 그저 미미한 색의 흔적으로만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화면에 등장하는 썩은 과일, 찢어진 스타킹 조각, 깃털, 마른 나뭇가지 등은 시간에 굴복해 소멸해가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 소멸해가는 존재들은 공간적으로 떨어진다는 이미지와 결합돼 있다. 흘러내리는 물감, 가느다란 나뭇가지들, 길게 늘어진 선과 줄 등이 하강을 표현하고 있다. 
시간성은 소멸과 하강이라는 어두운 뉘앙스를 화면 가득 펼쳐놓지만, 결국에는 그 시간성이 역으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음을 읽어낼 수도 있다. 아마도 작가는 섣부른 해피엔딩을 경계했을 것이다. 비겁한 화해가 아닌 견고한 힘으로서의 희망을 말하고 싶었을 터이다. 사실 작품 제목이 이미 희망의 싹으로서 시간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이후는?'.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이 그 이후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을 리 없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단절된 순간의 기록이 아니라,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현재, 그리고 현재에서 이어져 갈 미래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물리적인 미래 시간을 경험하지는 못하지만 현재에서 미래를 느껴보고자 하는 간절함이 녹아있다. 그것은 어쩌면 길고 긴 터널을 지나온 사람만이 터득할 수 있는 단단한 희망인지도 모르겠다.

 * 김광재/미술기자


"마드리드에서 공부할 때, 정신적인 면에서는 동서 문화의 접목과 그 차이에서 오는 불협화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어요. 상념에 상념을 더해가니, 살아간다는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에너지로 통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게 되더군요. 최근에 등장하는 작품의 소재는 주변의 것들이에요. 그것들은 겉보기엔 외부로 얻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제 주변 환경에서 만나게 되는 오브제(Object)들에 관한 흔적이죠. 그 흔적이란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 두고 가야 하는 모든 의미 있는 것들을 말하죠. 그 속에는 지난날의 기억과 다음을 기약하는 또 하나의 연결고리를 상징하고 표현하는 것이죠. 더욱이 공원묘지라는 특별한 공간이 나의 작업실과 어우러져 있고, 그 안에 흐르는 영감이란 것은 기다림, 약속... 곧 꿈과 희망을 품게 하는 행복한 행위입니다. 끝은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고, 머무름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여운을 던지죠. 그것은 무의식인 무(無)에서 나오는 건데 서양에서의 무(無)는 아무것도 없는 비어있음을 의미하지만 동양에서는 무(無)라는 것은 겉으로는 서양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내면으로 봐서는 생존감 있는 내면의 충실함이라 해요. 역동적인 무(無)라는 것이죠. 그래서 역시 저의 작품은 현실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 열정적인 삶의 방법이며, 그 이후 미래에 대한 꿈의 염원입니다. 예술은 답이 없는 끝없는 의문들과 고뇌의 과정이지 않나... 그래서 거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매료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예술가는 고독하다고도 했는데 고독 자체는 공간 안에서의 즐김이 고독이죠. 그래서 더 행복한 거에요."

 *이진휴/작가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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